89년, 주찬양 1기로 음악사역을 시작한 손영지.
대학 1학년이던 순수한 시절에 그저,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사역의 길... 그 길을 12년 동안 성실히 달려왔다. 8년 동안은 주찬양선교단의 메인 싱어로 주목받는 단원이었고, 그 이후론 여러 가수들의 앨범에 게스트로, 혹은 코러스로 참여하면서 솔로 가수로 5년동안 활동하였다. 아무리 오랜 경력이 있어도 자신의 독집 앨범이 없으면, 주류로 인정해주지 않는 CCM계에서 손영지는 12년 동안 빛나는 조연으로 선배들과 후배들의 앨범을 섬겼다. 솔로로 활동하던 5년 동안 그가 참여한 CCM 앨범은 대략 20여개. ‘좋은씨앗, 최덕신, 시편 23편 2, 김명식, 아가파오, 한국컨티넨탈 싱어즈, 부흥2000’ 등 당대에 인정받은 앨범과 함께 손영지의 이름도 더 많이 알려졌고, 은근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손영지가 앨범을 낸다면... 어떤 앨범일까?’
오랜 기다림, 오랜 준비, 오랜 경력이 빚어낸 <내가 서 있는 풍경>은 그래서, 들을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손영지라는 사람이 풍기는 매력처럼... 깊은 향기가 난다.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혼돈의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들과 함께 자랐었다는 손영지. 그래서 어려서부터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혼자서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강하면서도 약하고,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감성이 풍부해서 더 많이 외로워하고, 더 많이 슬퍼하는 손영지는 ‘의리파’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가고, 불의한 일을 보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 사역자로선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은 성품이다. 이 사람이 최근에 출반한 <내가 서 있는 풍경>을 감상해보면 손영지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듣고 있노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로 곁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사람의 성품, 그가 가지고 있는 꿈, 하나님을 향한 사랑...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멋지게 포장하고 싶어하잖아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에 비하면 손영지씨는 굉장히 솔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란 가사를 보면 당신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앨범을 만든다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통과한 이야기들, ‘손영지의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만큼 열어 보이면,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일 것이란 기대를 했고요.

자신 안에 문제가 많으면 남들에게 자신을 열어 보일 수 없지요. 당신은 어떤가요. 자신을 솔직하게 열어 보인 것은 내적인 갈등이나, 번뇌로부터 이제는 자유해졌기 때문인가요?
제 자신에 대해 이전보다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그것을 자유함이라고 표현해도 좋다면... ‘자유’해진 거죠. 대략 서른을 지나면서, 제 삶에 대해서나, 사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하지만, 20대는 정말 힘들었어요.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았죠. 앨범 서문에도 썼듯이 저의 20대는’혼돈’그 자체였지요.

당신이 겪은 혼돈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그 혼돈스러운 20대에 당신의 포지션은 ‘음악사역자’였잖아요.
예. 저의 포지션은 ‘음악사역자’였어요. 89년부터 96년까지 주찬양에서 사역했고, 그 이후에는 독립해 사역했는데... 주찬양에서 활동하던 시절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많이 있었죠. ‘나는 사역자다. 그러니 사역자답게 살아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역자의 기준에 도달하려고 너무 노력하다 보니, 스스로가 어떤 굴레를 만든 셈이 되었고 결국은 그 굴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꼴이 됐던 거죠. 나의 못된 성품, 건강하지 않은 정서, 열등감, 또..사역에 대한 갈등... 이런 문제들이 깊어질수록 더욱 ‘일’에 매달렸어요.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고, 하나님께 내 삶을 힘껏 드려서 내 힘에 넘치리 만큼 사역하면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나의 내면은 변하지 않고, 내 영은 목마르고 허기가 지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무대에 서야하고... 그러면서, 나의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런 나의 연약함 때문에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정말 어찌보면 악순환이었죠. 나 자신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인데, 감히 사람들 앞에서 사역을 하다니...’ 내 양심이 손영지라는 연약한 인간을 ‘사역자’라고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사실 내가 잘나서 사역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 말이죠. 그 고민의 절정에 다다르니까, 우울증까지 찾아오더라고요.

힘든 시절을 보냈군요. 그 시절 당신의 목마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전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어요. 6살 때 돌아 가셨기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육신의 아버지를 잘 모르니까, 하나님 아버지에 대해서도 말은 안다고 하지만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일을 잘 하면, 내가 깊이 헌신하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거야’같은 단순하고 유아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던 거죠. ‘내가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잠재의식이 내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요. 내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하나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나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그 기준에 미달되면 하나님은 나를 기쁘게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정말 조건 없는 사랑을 알지 못했던 거예요.

그 혼돈의 종착점에서 당신은 비로소 스스로에 대해 편안해졌군요.
내 안에 내적인 문제가 치유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 자신에 대해 깊이 묵상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당연한 거죠. 그런 것이 열등감과 상대적인 우월감이랄까 이런 걸로 더욱 표면화되고 해결은 되지 않고.. 그분이 내 아버지이고, 내가 그분의 자녀라는 것을 지식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으로 조금씩 소화하게 되면서 그 시절의 혼돈도 어느 정도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공예배뿐아니라 홀로 드리는 예배 중에, 기도 시간에..참 많이 만져주시고 치유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서 있는 풍경>은 그 혼돈 때문에 방황하고, 갈등했던 20대의 손영지를 긍휼히 여긴 하나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너무나 좋은 선물입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내가 서 있는 풍경

솔로 앨범을 출반하기 전에도 가끔 들어오는 개인 사역은 솔직히..사절했었다. 어줍잖은 자기정리를 통한 어설픈 사역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당당히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삶에 역사하신 하나님을 선포해야 할 때가 온 것일까? 그래서, 더욱 그의 무대는 힘이 있고, 영적이다. 12년 동안 겪은 그 나름의 삶의 경험과 무대 경험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일지도... 예수촌 교회에 다니는 작곡가 김민수는 그의 무대를 경험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하나님 앞에서 훈련받은 사람이어서인지, 무대 위에서 신실하고 담대했어요. 주의 종으로서 담대하게 선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요. 보컬로서는 다양한 분위기를 소화해 내는 가수입니다. 워십곡도 소화하고, 각 음악에 대해 맛을 낼 줄 아는 가수라고 생각했어요”.

89년부터 사역을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째 이 길을 걷고 있네요. 사역 연수에 비하면 이번 앨범이 늦게 나온 것인데, 앨범을 받아본 당신의 기쁨을 표현한다면?
기쁘다기 보다는 글쎄요... 뭐랄까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달란트로 보나 자질면으로 보나 엄격하게 따져본다면 솔직히 제가 앨범을 낼 만큼의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모자라기 때문에 더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너무 판에 박힌 대답인가요? 이 앨범이 저처럼 조금은 소심하고(?) 감정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그래서 어찌 보면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참 격려와 위로가 되는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젠 그만해도 좋다고...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신은 그냥 당신 자신이어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그렇게, 자기자신에 대해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조용히 이 앨범을 혼자 들으면서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해 차분히 대답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렇게 정면으로 자신을 맞닥드릴 때 비로소 거기 기다리고 계셨던 자신만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이 앨범이 그런 과정을 찾아가는데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면 참 좋겠어요...

이번 앨범이 당신에겐 큰 의미를 가지고 있군요?
예, 제 자신에겐 그래요. 그리고, 이 앨범이 어떤 사람들에겐 깊이 만져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요. 아직 그리 많지 않은 집회를 다녔지만,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고 전해오는 말을 듣거나 글을 볼 때 저도 참 기쁘고 벅차요...

앨범의 메시지 구성은?
96년도는 주찬양 사역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품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끝으로 활동을 내려놓았던 시기였어요. 개인적인 방황에 있어선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였는데, 어떤 사람의 권유로 예수전도단 치유학교에 들어갔어요. 우울증으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 곳에서 나보다 더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말씀을 통해, openness(그룹나눔시간)를 통해 조금씩 치유를 경험하는 것을 보고 큰 도전을 받았어요. 제 자신의 ‘치유’도 경험했고요. 그때..구체적으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사역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어요. 그전부터 앨범에 대한 제의들이 있었지만..제 스스로 앨범을 낸다라는 것에 대한 별 의미를 찾지를 못했어요. 자신도 없었고요..그런데... ‘치유’에 대한 앨범이라면 만들고 싶더라구요.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앨범에 넣을 가사를 조금씩 쓰게 되었어요. 그런데 ‘치유’를 주제로 쓰고 싶은데 ‘정체성’에 대한 글만 자꾸 쓰여지는 거예요. ‘내가 누구인가’, ‘하나님 안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그분에게 어떤 존재인가’... 제 노래 <서른>도 그런 고민 속에서 만들어진 가사죠..

“난 그냥 나여서 아름다운 사람이란 걸 참 아름다운 사람이란 걸”(‘서른’ 중에서) 이 가사 참 마음에 들어요. 서른이 되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얻는 나이가 아닐까 해요. 손영지씨의 앨범에선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의 언어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가사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도 보이고요. 가사를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떤 앨범이든지, 제가 유심히 보는 것은 가사예요. 이 아티스트가 어떤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었는지를 먼저 보고 음악을 들어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죠. 설교하는 투이거나, 꾸미는 듯한 언어는 싫어요. 글을 쓸 때의 제 신조가 ‘솔직하게 쓰자, 그리고 잘 쓰자’에요. 제 가사가 솔직하다는 말 많이 듣곤 하죠.

사역이야기

그는 문자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하루라도 신문이나,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그 덕분에 여러 책을 읽기도 했다. 지금도 가능한 베스트 셀러라고 하는 책들은 꼭 보려한다. 베스트셀러가 가장 좋은 책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책들을 사서 보려는 세상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했어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을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쓰는 가사는 왠지 기대가 된다.

사역 시작은?

대학에선 문예 창작을 전공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잡지사 기자를 하거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찬양 사역을 시작하게 됐죠. 노래가 좋아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정말 누구 말마따나 장난이 아니었죠...

아무 생각없이 사역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당신을 붙잡은 마인드가 있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었나요?
저도 고등학교 3학년 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삶이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집회 중에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거나 하나님께로 회복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까,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제 스스로가 너무 큰 은혜를 받게 되더라구요. 내가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겠다는 욕심보다는 사역에 대한 마인드가 더 커져 갔지요.

시대적인 부르심이었을까요. 주찬양선교단이 세워지고, 그 선교단에서 사역하는 사람들이 세워진 것은... 당신도 당신의 의지가 발동하기 전에 강권적으로 부르심의 자리에 서게 된 것 같고요. 주찬양 사역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내가 무엇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역을 한 것이 아니라, 사역을 하면서 내가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갔어요. 당연히 사람들과 부딪힘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요. 그러니까 내적인 갈등도 심했던 거고요. 사역 때문에 고민하는 것보다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 더 컸고 더 고민이 되었어요.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이런 내 자신을 발견한데서 오는 실망이 얼마나 컸던지... 주찬양은 공동체 사역이잖아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지체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지체들과 부대끼는 것이 사역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주찬양 시절을 기억해보면...

주찬양에서 8년을 있었지요. 20대를 주찬양에서 보냈어요. 제 모든 것을 드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심히 사역했어요. 저의 시간, 저의 마음, 저의 능력...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일했어요. 이렇게 일하다가 갑자기 주찬양을 나오니까 ‘난, 이제부터 뭐하지? 내가 과거에 한 것이 무엇이었나. 앞으로는 또 무엇을 해야하나’ 혼동스러웠어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갑자기 정지되어 버린 것만 같았지요. 물 속에 손을 넣으면 마치 물을 움켜잡고 있는 느낌이지만 막상 물 밖으로 손을 내밀면 아무 것도 잡히는 것이 없잖아요.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주찬양선교단의 단원 손영지가 아니라, 솔로 가수 손영지로 서기까지 당신은 어떤 과정을 겪었나요.
89년부터 만7년간을 쉬임없이 달려왔지요. 1년에도 몇백 번씩 사역을 했으니까요. 군부대, 정신병원,양로원, 고아원 할 것 없이 어디든 갔지요. 그러다가 주찬양선교단이 해체가 되어 본의 아니게 홀로 서야했을 때, 그런 바쁜 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느끼게 되었어요.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오랫동안 한 나무에만 앉아 있다가 어느 날 멀리 날아가 자신이 앉았던 나무가 있는 숲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ccm이라는 것, 사역이라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현재의 사역현장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을 때였어요. 덕분에 CCM과 찬양 사역에 대해서 자꾸만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의지들이 생기더라구요. 저의 포지션을 찾고 어떤 식으로 사역을 해야 하나라는 제 자신의 문제 때문이었는지... 앞세대들의 시행착오들과 또 귀하게 평가되어야할 것들..또 새로운 세대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움직임 같은 것들이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역의 그림을 고민하게 했죠. 나름대로 책도 읽어보고 사람들과 밤새워 고민하며 이야기하고 그랬죠. 무엇보다 제 자신의 이원론적인 신앙관이랄까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관심이 급진적으로 높아갔어요. 내가 사역을 하는 사람이기에 가치관 이랄까요, 세계관이란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니까, 주찬양선교단에서 나온 후에 당신은 중요한 것들을 깨달았군요. 오히려 주찬양이란 공동체 안에 있었더라면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나님의 선한 손이 당신을 주찬양선교단 시절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선한 손에 의해 부흥앨범에도 참여한 것은 아닌지... 부흥앨범은 참 특별한 앨범이었고,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력도 대단했지요. 부흥 앨범에 메인 싱어로 참여했고, 콘서트 투어에도 참여했는데... 정작, 본인에겐 그 앨범이나 콘서트가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요?
어느 정도 내 자신을 탄탄하게 닦고, 내 자신에 대해 편안해지려고 할 때 부흥앨범을 같이 하자고 고형원 전도사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97년도였으니까, 제 나이가 서른이었을 때죠. 좋았어요. 좋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했고요. 하지만, 부흥은 내가 추구하는 사역의 방향과는 많이 달랐어요. 부흥 앨범이나, 부흥 콘서트는 굉장히 교회 적이고, 거룩하잖아요. 예수전도단의 분위기가 그렇듯이...부흥은 아티스트적이기보다, 사역자적인 면이 강하죠.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은 사역이지만 형식은 아티스트에요. 이번 내 앨범의 가사도 아트라 할 수 있죠. 수직적인 것보다는 수평적인... 사역의 방향에 대해선 저의 철학이 확고했기에, 사역의 방향에 대해선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모습들을 보여준, 스텝들과 여러 가수들과 연주자들... 그리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도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통의 강을 건너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
제가 엄청 힘들고 괴로울 때, 저의 우울증이 끝이 없어 보였을 때, 아침이 오는 것이 싫고,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간은 지나가고, 어느 순간 비둘기 같은 성령이 조용히 임하듯이 평안의 아침이 밝아오더군요. 시편 119편에 보면,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주의 판단은 의로우시고, 주께서 나를 괴롭게 하심은 성실하심으로 말미암으니이다’란 말씀이 있지요. 내가 괴로워 한 것까지도 주의 성실함이라는 말씀에 놀랐어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기다리면 하나님이 아침을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정말 신실해요. 하나님은 어떤 사람의 인생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다 신실하게 인도하십니다.

성실을 식물로 삼은 사람

“손영지의 보컬은 아주 독특해요. 소리자체가 인스피레이셔널하죠. 영감이 있고, 따뜻해요. 뒤늦게 앨범을 냈지만 가능성이 많은 가수이고, 기대가 되는 가수입니다. 고난을 많이 겪었기에, 내적인 깊이가 있지요. 겉으로만 사 람들의 상처나 고민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로 사람의 상처를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덕규-

손영지에 대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었다. 그 지인들은 한결같이 손영지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칭찬하였다. 성실하였기에 12년 동안 한길을 달려올 수 있었고, 정직하였기에 사람앞에서나,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꾸미거나 위장하지 않았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진솔한 사람... 그래서 그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손영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자신의 색깔이 살아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완전하게 자신의 색깔을 다 고수하진 못했으나, 분명한 자기만의 철학이 녹아있는 앨범을 만든 것이다. 그가 나눈 이야기들은 오랜 사역의 경험과, 삶의 시련 속에서 다져진 신앙의 성숙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노래들이다. 한 사람의 보석같은 가수를 지면을 통해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바라본 손영지의 세상과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바라본 손영지의 세상은 동일했고, 희망이 있었다.

<CCM LOOK 2000년 9,10호에서 발췌>